top of page

사람을 사랑하고 미워하며 세상을 이해하고 증오한다는 

그 평범한 감정들을 나는 비밀 일기처럼 써야 했다.

살아오며 겪은 자잘한 억압들은 나를 부끄러움 많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의 감정이 보잘것 없다는 것에서 온 부끄러움이었다.

 

뚱한 표정과 웅얼거리는 목소리의 여자아이였다. 

얼마나 감정을 표현해도 되는지 잘 몰랐다.

그런 여자아이는 예쁨받지 못했고 나는 쓸모 없는 존재라는 생각을 매일 했다. 

혼자 방에서 우는 날이 많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는 마음껏 울고 좌절하고 마음을 쏟아낼 수 있었다.

라디오로 음악을 듣고 일기 같은 글을 쓰면서 슬픔에 집중했다.

저녁에는 아름다운 한글가사로 된 음악들과 인기 있는 팝이

새벽에는 한국 인디 밴드 음악과 영미권의 멜랑꼴리한 음악들이 흘러나왔다.

나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이 좋았다.

노라존스, 에이미 와인하우스, 김윤아, 파이스트, 샬롯 갱스부르...

그들은 사랑을 갈구하고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어했다

그들의 인생을 나타내는 작은 단서들을 가사에서 찾아내고 기뻐하며

알 수 없는 동질감과 해방감을 느꼈다. 

동시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슬픔을 실컷 탐닉하고 난 나는 슬그머니 그 방을 나왔다

 

나도 내가 사랑한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솔직하게 토로하고 당당하게 슬퍼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그들의 음악이 나를 살렸고

나도 음악를 시작했다.

 

나의 목소리는 가늘다

슬픔을 통과하느라 가늘고 날카로워진 나의 목소리로 

계속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화해이다.

내가 지키지 못했던 것들을 계속 사랑하기 위한 나의 방법이다.


혼자 여러가지를 해결하는 것이 익숙했던 나같은 사람들에게

bottom of page